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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뭘까 시리즈 Ⅻ] 3,800년 전, 집이 무너지면 건축가를 사형에 처했습니다

  • 작성자 사진: 이세인
    이세인
  • 3일 전
  • 3분 분량

✒️ 위험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 위험을 몸으로 지는 사람이 서로 다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글은 결정의 권력과 위험의 부담이 분리되는 구조를, 3,800년 전 함무라비 법전에서부터 살펴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안전을 좌우하는 결정이 현장과 먼 곳에서 내려진다고 느끼시는 분

  • 일정과 비용을 정하는 사람과, 위험을 지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싶으신 분

  • "현장은 위험하다는데 윗선은 괜찮다고 한다"는 상황을 겪어보신 분


3,800년 전의 가장 단순한 안전 규칙


지금으로부터 약 3,800년 전,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은 인류 초기의 법전 가운데 하나를 돌기둥에 새겼습니다. 그중 229번째 조항은 건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건축가가 집을 튼튼하게 짓지 않아 그 집이 무너져서 그 곳에 살던 집주인이 죽으면, 건축가를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대 바빌론에서 무너진 집 앞에 건축가와 함무라비 법전을 상징하는 석비가 놓인 모습. 부실하게 집을 지어 집주인이 사망하면 건축가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 함무라비 법전 229조를 표현한 이미지.

오늘의 눈으로 보면 잔혹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이 법은 한 가지를 아주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위험을 결정하는 사람이, 그 위험을 직접 지게 한 것입니다.


집을 짓는 사람이 그곳에 살 사람보다 위험을 훨씬 잘 압니다. 어디서 비용을 아꼈는지, 어느 기초가 부실한지는 집을 짓는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위험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고 이익을 더 챙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해서 발생한 위험이 결국 자기 목숨을 대가로 치르는 일이 된다면, 함부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위험을 떠넘긴 만큼 그 위험이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자, 오늘날 이러한 규칙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요?


결정하는 사람과 위험을 지는 사람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날 위험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 위험을 몸으로 지는 사람은 대개 다릅니다.


빠듯한 일정을 정하는 사람은 사무실에 있고, 그 일정에 쫓겨 위험해지는 사람은 현장에 있습니다. 비용을 깎기로 결정하는 사람과, 그 절감 때문에 보호장비나 인력이 줄어든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다릅니다. 결정은 한 곳에서 내려지고, 그 결정의 위험은 다른 곳에서 치러집니다.


일정·비용·인력을 결정하는 사무실의 관리자들과 실제 위험에 노출된 현장 작업자를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결정의 권한을 가진 사람과 그 결정으로 인한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서로 분리된 구조를 보여준다.
💡 결정의 부담을 함께 진다는 것(Skin in the Game) : 어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그 결정의 결과, 특히 나쁜 결과까지 직접 떠안는 것. 사상가 나심 탈레브가 정리한 개념으로, 그는 함무라비의 229조를 ‘역사상 최고의 위험관리 규칙’이라 불렀습니다. 보상을 누리는 사람이 위험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분리될수록, 위험은 가벼워 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직접 지지 않는 위험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정의 편익은 결정하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일정을 당기면 납기를 맞춘 공이 돌아오고, 비용을 깎으면 절감한 성과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 결정이 만든 위험은 다른 사람이 집니다. 편익은 내 것이고 위험은 남의 것일 때, 위험은 자연스럽게 작아 보입니다. 결정하는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위험이 자기 몸에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리자와 현장 작업자, 안전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작업 현장의 위험 요소를 함께 검토하는 모습. 위험을 직접 지는 사람의 목소리를 의사결정 과정에 연결해 결정과 위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을 표현한 이미지.

앞선 VI편에서 우리는 위험이 가장 약한 곳으로 흘러간다고 했습니다. 위험이 원청에서 하청으로,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옮겨가는 현상이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위험이 왜 그렇게 흐르는가, 누가 그 흐름을 결정하는가의 문제를 다룹니다. 위험을 흘려보내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그 위험을 받아 안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은 약한 쪽으로 흐릅니다. 현장에서 아무리 위험하다고 말해도, 결정의 권한을 쥔 사람이 괜찮다고 판단하면 작업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이 때 위험을 보는 눈과 위험을 정하는 권한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결정과 위험의 거리를 좁히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함무라비의 방식은 결정과 부담을 하나로 묶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본질은 같습니다. 결정하는 자리에 그 위험의 부담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위험을 결정하는 사람이 그 위험을 직접 보게 하는 것, 현장의 목소리가 결정의 자리에 닿게 하는 것,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결정한 사람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결정자가 현장을 직접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책상 위 숫자로만 보이던 위험이 사람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다만 모든 결정자가 모든 위험을 직접 질 수는 없습니다. 일을 나누는 것은 조직이 돌아가기 위한 당연한 일이고, 함무라비식 극단은 오히려 아무도 집을 지으려 하지 않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목표는 결정과 부담을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결정하는 사람이 위험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이 아닌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의 책임을 지운 것도, 결정의 자리와 위험의 자리 사이가 너무 멀어진 데 대한 현대의 응답입니다. 결정의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그 결정의 부담을 다시 연결한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일정과 비용과 인력을 정하는 우리 회의의 자리에, 그 결정의 위험을 직접 질 사람이 함께 있습니까? 아니면 위험을 지는 사람은 결정이 다 내려진 뒤에야 그 결과를 통보받습니까? 결정의 자리와 위험의 자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 둘 사이에 현장의 목소리가 지나갈 통로가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위험은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것을 지는 사람이 멀어질수록 가벼워 보이고, 그래서 더 커집니다.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3,800년 전 함무라비가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붙들려 했던 일입니다. 우리 조직에서 결정과 위험의 거리를 좁히는 길을 함께 찾고 싶으시다면, 세이프티온솔루션이 그 과정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우리 조직에서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결정(일정·비용·인력)은 주로 누가 내리나요? 그 사람은 그 결정의 위험을 직접 지나요?

  • 위험을 지는 현장의 사람들은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하나요, 아니면 결정이 끝난 뒤 통보받나요?

  • 현장에서 "위험하다"고 올라온 목소리가, 결정을 내리는 자리까지 실제로 닿은 적이 있나요?

  • 결정하는 사람이 현장을 직접 보고 위험을 확인하는 일이, 우리 조직에서는 얼마나 자주 일어나나요?

  • 우리는 안전에 관한 결정의 결과를, 결정한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려주고 있나요?


〔참고문헌〕

  • Taleb, N. N. (2018). Skin in the Game: Hidden Asymmetries in Daily Life. Random House.

  • Taleb, N. N., & Sandis, C. (2014). The skin in the game heuristic for protection against tail events. Review of Behavioral Economics, 1(1–2), 115–135.

  • Code of Hammurabi (c. 1750 BCE), §229–230.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021년 제정, 2022년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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