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세이프티온솔루션 회사 로고.png

[위험이 뭘까 시리즈 Ⅱ] 위험 측정의 시작은 도박장이었다는데?

  • 작성자 사진: 이세인
    이세인
  • 6월 5일
  • 4분 분량

✒️ 우리가 매년 채우는 위험성평가표, 그 시작이 17세기 도박장이라면 믿으시겠어요? 이 글은 '위험을 숫자로 잰다'는 발상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정작 우리를 가장 크게 다치게 하는 위험은 왜 그 숫자판에서 매번 빠져나가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위험성평가표 숫자를 매기면서 "이게 대체 뭘 재는 거지" 싶었던 분

  • 역사 속 뒷이야기로 안전 개념을 새로 보고 싶은 분

  • "그건 아무도 예상 못 했지"라는 사고 후의 말이 늘 어딘가 찜찜하셨던 분


어느 도박꾼의 편지 한 통


1654년 프랑스. 도박을 즐기던 한 귀족이 단단히 약이 올라 있었습니다.

이름은 슈발리에 드 메레, 본명 앙투안 곰보. 주사위 내기에서 분명 이길 것 같은데 자꾸 돈을 잃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겁니다.


답답한 그는 당대 최고의 천재에게 편지를 씁니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었습니다.

파스칼은 혼자 풀기 아까웠는지, 또 한 명의 천재 피에르 드 페르마를 끌어들이죠. 그렇게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 여기서 한 박자만 멈춰 보겠습니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그 전까지 '운'이라 불리던 것이 그날 이후 '계산할 수 있는 무엇'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무엇이 나왔는 지 한번 볼까요. 보험이 그렇고, 통계가 그렇고, 일기예보의 강수확률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책상 위의 위험성평가표도, 따지고 보면 그 도박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빈도에 숫자 적고, 강도에 숫자 적고, 곱하는 그 동작. 파스칼과 페르마가 주사위를 놓고 했던 일과 본질이 똑같거든요.


위험을 숫자로 잰다는 발상의 출발점, 상당히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위험에 숫자를 매긴다"는 마법, 그리고 단서를 단 사람


이 발상이 안전으로 들어온 것이 바로 위험성평가입니다.

사고 날 빈도를 추정하고, 결과의 강도를 추정해 곱합니다. 빈도 3 곱하기 강도 4면 위험성 12. 평가표의 빨강·노랑·초록은 전부 이 곱셈의 결과물입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마법이었습니다.

추상적이던 왠지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12라는 숫자로 바뀌니, 비교할 수도 있고 우선순위도 매길 수 있고 예산도 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위험이 베테랑의 머릿속에서 나와 조직의 표로 옮겨졌습니다. 지난 글에서 본, 위험을 '셀 수 있게' 만든 그 힘과 같은 뿌리입니다.


그런데요. 20세기 초, 시카고의 한 경제학자가 이 마법에 슬쩍 단서를 답니다.

프랭크 나이트. 그는 1921년 책 『Risk, Uncertainty and Profit』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잠깐, 우리가 '위험'이라고 뭉뚱그리는 그거, 사실 두 개로 나뉜다는 거 알아?" 라고 제시한 겁니다.


잠깐, 용어 정리 —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 나이트의 구분은 이렇습니다. 위험(risk)은 확률을 아는 불확실성입니다. 주사위처럼 면이 몇 개고 각 면이 나올 확률이 얼마인지 알기에, 계산이 됩니다. 반면 불확실성(uncertainty)은 확률조차 모르는 영역입니다. 너무 낯설고 전례가 없어서, 주사위로 치면 면이 몇 개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입니다. — Knight(1921)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주사위 게임은 위험(risk)입니다. 규칙도 알고 확률도 압니다. 하지만 "내년에 우리 현장에 무슨 일이 터질까"는 불확실성(uncertainty)입니다. 규칙도 확률도 알 수 없는 게임입니다.


문제는, 위험성평가표가 오직 첫 번째 것, 그러니까 주사위 쪽만 다룰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초록색 칸에서 걸어 나온 사고


여기서 조금 으스스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가장 큰 사고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놀랍게도 이 사고들은 우리가 '안심하라'고 초록색으로 칠해둔 칸에서 걸어 나오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빈도와 강도가 서로 손잡고 다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 일어나는 일은 대개 사소하고, 회사를 통째로 흔드는 사고는 아주 드뭅니다. 그런데 '드물다'는 것은 곱셈에서 '작아진다'는 뜻입니다. 빈도 1에 강도 5를 곱해 봐야 5입니다. 평가표는 그 칸을 보고 "괜찮네" 하며 연한 색을 칠합니다. 정작 그 칸 안에 죽음이 들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20세기 안전을 오래 지배한 하인리히의 삼각형도 비슷한 믿음 위에 서 있었습니다. 작은 사고를 줄이면 큰 사고도 따라서 줄어든다는 믿음입니다.


안전 전문가 프레드 매뉴얼리는 2002년 책 『Heinrich Revisited』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사망·중대재해(SIF)는 경미한 사고와 출입구가 아예 다르다는 것입니다. 손 베이고 미끄러지는 사고를 아무리 줄여도, 추락이나 끼임으로 인한 죽음은 다른 문으로 조용히 들어온가는 거죠.


이쯤에서 오래된 우스개 하나가 떠오릅니다. 밤에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이 가로등 밑만 열심히 뒤지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묻습니다. "여기서 잃어버리셨어요?" 그러자 이렇게 답합니다. "아니요. 근데 여기가 밝아서요."


우리 위험성평가표가 딱 그 가로등입니다. 불빛이 닿는 곳, 그러니까 빈도를 아는 위험은 환히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사고는 자주 불빛 밖 어둠에서 걸어 나옵니다. 우리는 위험을, 위험한 자리가 아니라 잴 수 있는 자리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위험이 대체 뭐냐면요


자, 빙 둘러 왔으니 이제 본론입니다. 위험은 '확률'이 아닙니다.

위험은, 우리가 아끼는 무엇이 다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입니다.


여기엔 기둥이 딱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불확실성, 곧 다 알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우리가 지키려는 것, 곧 사람의 목숨과 현장,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둘 중 하나만 빠져도 위험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완벽히 다 안다면 그건 위험이 아니라 그냥 계산입니다. 잃을 게 하나도 없다면 그건 위험이 아니라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재밌는 건, 국제표준 ISO 31000도 '위험'의 정의를 진작 이쪽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입니다. 2009년 초판부터 위험을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이 아니라 '목표에 미치는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규정했고, 2018년 개정판도 이 정의를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표준을 만드는 사람들마저 위험의 무게중심을 확률에서 불확실성으로, 그리고 우리가 지키려는 목표 쪽으로 옮긴 셈입니다.


세이프티온솔루션 2026 위험이 뭘까 : 위험성평가 매트릭스가 비추는 곳과, 아예 비추지 못하는 곳
세이프티온솔루션 2026 위험이 뭘까 : 위험성평가 매트릭스가 비추는 곳과, 아예 비추지 못하는 곳

그럼 우리는 뭘 하면 될까요


오해는 마세요. 위험 측정을 위한 평가표를 버리자는 얘기가 절대 아닙니다. 빈도 × 강도는 여전히 훌륭한 도구입니다. 잴 수 있는 위험을 다루는 데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 표가 비추는 것이 위험의 전부가 아니라 '가로등 불빛이 닿는 자리'일 뿐임을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거창한 제도를 바꾸기 전에, 다음 위험성평가 회의에서 딱 하나만 해보세요. 평가표를 다 채운 뒤, 곱셈을 거꾸로 한 번 돌려보는 것입니다.


빈도에서 출발해 강도를 곱하지 말고, 가장 큰 강도에서 출발해 거슬러 올라가 보세요. 팀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현장에서 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건 어떤 일 때문일까? 그리고 그 일은 지금 우리 평가표 어디에 있지?"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십중팔구 초록색으로 칠해뒀거나 아예 칸조차 없던 자리에 닿습니다. 거기가 바로, 우리 평가표가 가장 크게 놓치고 있던 위험입니다.


목표는 불확실성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목표는 '잴 수 없는 위험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팀이 함께 인정하고, 예상 밖의 일이 닥쳤을 때 버티고 다시 일어설 힘을 같이 길러 두는 것입니다.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중대위험 SIF을 예방하는 안전문화나 SIF 에 대해 이해하는 자리가 필요하실까요? 세이프티온솔루션에서는 SIF 기반의 다양한 교육과 진단 도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관련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우리 위험성평가표에서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넘긴 항목 중, 한 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 우리 현장(혹은 동종업계)의 가장 최근 중대재해는, 사고 전 평가표의 어느 칸에 있었나요? 애초에 칸이 있긴 했나요?

  • 우리는 '잴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는 시간만큼, '잴 수 없는 위험'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쓰고 있나요?

  • 만약 우리 조직에서 누군가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면, 가장 그럴듯한 경로는 무엇일까요? 그 경로를 함께 입 밖에 내어 본 적이 있나요?


〔참고문헌〕

  • Knight, F. H. (1921). Risk, Uncertainty and Profit. Houghton Mifflin.

  • Bernstein, P. L. (1996). Against the Gods: The Remarkable Story of Risk. John Wiley & Sons.

  • Taleb, N. N. (2007).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Random House.

  • Manuele, F. A. (2002). Heinrich Revisited: Truisms or Myths. National Safety Council.

  • ISO 31000:2018. Risk management — Guidelines.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 Rasmussen, J. (1997). Risk management in a dynamic society: A modelling problem. Safety Science, 27(2/3), 183–213.




댓글


세이프티온솔루션 회사 로고2.png

문의전화

031-781-8801

EMAIL : contact@safetyons.com

FAX : 0503-8379-4021

사업자등록번호 : 199-81-02200 대표자 : 이종현

주소 : (본사) 경기도 군포시 군포로 713-1, 1005호(금정동, 진원타워)
            (안양)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엘에스로116번길 25-32, 607호

                         (호계동, 안양 SK V1 center)

  • Instagram
  • 네이버 블로그
  • LinkedIn

© SafetyON Solution Co., Inc. 2021

문의하기_플로팅_버튼7.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