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F 예방을 위한 관점의 전환 (1) :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위험은 따로 있다
- sam40004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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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 투자하면 SIF 예방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어요! ✔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위험성 평가 방식이 정말 중대재해를 막는 데 효과적인지 점검해 보세요. ✔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위험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세요. ✔ SIF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에서 꼭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세요.
체크리스트에 갇힌 우리의 위험성 평가
아침 9시, 회의실 문이 닫히자 팀장과 직원들이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습니다. 이번 분기에도 어김없이 위험성 평가 회의가 시작됩니다. 회의 화면에 넘어가는 첫 슬라이드에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닥 고무패드 들뜸,
사다리 각도 불량,
공구 정리 미흡,
통로 약간 협소…
작고 사소해 보이는 위험들이 빼곡히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팀장 : “이번 달은 개선 실적이 좀 필요합니다. 우선 쉬운 것부터 처리해 봅시다.”
직원들은 하나씩 항목을 배정받아 체크해 나갑니다. 고무패드를 제거하고, 사다리를 바로 세우고, 통로에 쌓인 자재를 옮기는 일들은 금방 처리됩니다. 개선 건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엑셀 시트의 녹색 표시도 점점 많아집니다.
하지만 회의실 분위기와 달리, 공장 한쪽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교대 직후 피로한 작업자들이 고소작업을 준비하고 있고, 바로 옆에서는 용접 불꽃이 튀고 있습니다. 설비 점검을 위해 임시로 만든 우회 동선에는 지게차가 수시로 드나듭니다. 목록에는 없지만,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직원 : (중얼거리며) “지금 이 상황이 더 위험해 보이는데… 이건 목록에 없네.”
목록 속 작은 위험들은 속속 해결되고 있지만, 정작 치명적 경로를 만들 수 있는 위험은 아무도 적어두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개선 건수는 늘어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상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정말 이렇게 해서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을까?”
“우리는 위험을 줄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걸까?”
“우리가 목록으로 관리해 온 위험요소들은 과연 SIF를 막는 데 중요한 위험이었을까?”
사고는 갑자기 터지지 않습니다: 치명적 경로는 이미 열리고 있습니다
인터락 센서가 고장나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커버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지만, 센서는 닫힌 걸로 인식하며 며칠간 기계는 평소처럼 작동했습니다. 모두 알고는 있었지만, 별일 없었기에 그냥 넘겼습니다.
어느 날, 기계가 멈춘 틈을 타 한 작업자가 부품을 줍기 위해 커버를 열고 손을 넣은 순간, 기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작업자는 간신히 피하면서 다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고, 센서 상태도 그대로였습니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사실 위험은 더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아무도 조치하지 않은 채, 다음 사고의 조건이 조용히 쌓여간 것입니다.
사고는 전조 → 치명적 아차사고 → 누적 위험의 흐름을 따라 점진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중대재해를 방지하려면 ‘순간’이 아니라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치명적 경로를 차단하는 핵심 질문 : “이 상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위험을 ‘흐름’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현장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고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 살 아이가 혼자 거실에서 놀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겠습니다. 갑자기 TV 모니터가 앞으로 휘청이며 넘어지고, 아이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놀라서 울기 시작합니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부모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모니터를 다시 세워보고, 기울어진 각도를 확인하고, 왜 넘어졌는지 주변 환경을 살펴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큰일 날 뻔했구나.”
“이 각도가 이 정도면 앞으로도 또 넘어지겠네.”
부모는 ‘아이가 울었으니 조심하자’ 정도로 끝내지 않습니다. 넘어질 뻔한 그 순간이 ‘치명적 경로의 일부였음’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즉시 환경을 바꿉니다.
현장의 아차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피해가 없었다고 해서 안전했던 것이 아닙니다. 아이 앞에서 모니터가 넘어졌던 것처럼, 그 순간은 사고의 ‘거의 완성된 형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조나 아차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상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었는가?”, “어떤 조건이 갖춰졌다면 치명적일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미 잘하고 있는 안전 판단 방식을 그대로 현장에 옮겨 놓는 것과 같습니다. 이 관점을 현장에서도 꾸준히 적용한다면 현장 리더와 작업자도 ‘피해가 없었으니 괜찮다’가 아니라 ‘이 조건이라면 다음에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위험의 개수가 아니라 위험의 ‘조합’이 치명성을 결정합니다
SIF는 위험이 하나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에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보면 이런 상황입니다.
야간 교대 직후 피로가 극심한 상태에서 설비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인근에서는 용접 작업으로 불꽃이 튀고 있으며, 작업 동선이 임시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각 위험은 평소에도 존재하지만,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 치명적인 조합이 됩니다. 실제로 중대한 사고는 대부분 이러한 위험 조합이 발생한 날에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의 조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위험의 조합을 파악하는 핵심 질문 : “오늘은 무엇이 평소와 다른가?”
TBM에서 반드시 “오늘은 무엇이 평소와 다른가?”라는 질문을 넣기
변화는 위험의 신호입니다. 신규 작업자 투입, 장비 교체, 공정 중첩 등은 위험을 급격하게 높입니다. 이 질문 하나만 추가해도 작업자들이 ‘변화 감지 모드’로 전환되며, 위험을 미리 인식하는 능력이 높아집니다.
PTW에 시간·공간·변화 요소 체크란을 추가하기
동일한 작업도 야간·마감 임박·교대 직후라면 위험도가 달라집니다. PTW에 시간(교대), 공간(중첩), 변화(임시조치) 체크란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위험 조합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험의 조합에 관한 규칙을 수립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예를 들어 “고소작업 + 강풍 + 신규작업자 = 위험 재평가 필요”와 같은 규칙을 만들어두면 현장 리더가 즉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SIF 예방을 위한 관점의 전환
중대재해 예방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더 도입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핵심은 위험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 속에서 어떻게 커지는지를 읽어내는 관점입니다. 전조를 볼 때 흐름을 이해하고, 위험이 겹칠 때 치명성을 예상하며, 중요한 순간에 멈출 수 있는 판단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위험은 늘 움직이고, 매일 달라집니다. 오늘의 작은 변화가 내일의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 도출한 위험요소들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복잡한 정차나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을 보는 방식, 위험에 관해 질문하는 방식, 그리고 판단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일입니다. “이 상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오늘은 무엇이 평소와 다른가?”와 같은 핵심 질문들은 바로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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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M Master 역량 개발 과정 :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위험의 흐름을 보고, 변화와 조합을 읽어내는 현장의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TBM Master 역량 개발 과정은 바로 이 부분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작업자와 리더가 TBM에서 실제 위험 흐름을 발견하고 치명적 경로를 끊어낼 수 있는 실전 역량을 키우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요즘 우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위험 목록은 어떤 흐름을 보여주고 있나요?
최근에 발생한 아차사고 중, "조금만 달랐으면 치명적일 수 있었던 상황"은 무엇이 있었나요?
TBM에서 작업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오늘의 변화’를 함께 찾아보고 계신가요?
위험의 조합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던 실제 사례를 공유하거나 학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나요?
PTW 승인 이후, 실제 작업 직전에 다시 위험 조건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이나 질문이 있나요?
“지금 이 작업을 멈춰야 할 이유”를 리더 스스로 말로 설명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고 계신가요?
개선 건수 외에,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오늘 안전했다’고 평가하고 있나요?
전조와 아차사고가 보고되었을 때, 그 의미를 ‘위험의 흐름’ 관점으로 해석하고 계신가요?
현장의 작업자들이 위험을 단편적인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연결된 상황으로 이해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계신가요?
우리 조직에서 ‘작은 변화’가 ‘큰 위험’으로 바뀌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감각은 어떻게 키워지고 있나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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