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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뭘까 시리즈 ⅩⅤ] 운이 좋았을 뿐일 수 있습니다

작성자 사진: 이세인
이세인
2일 전
4분 분량

✒️ 오랫동안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우리가 안전하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걸까요? 이 글은 무사고 기록을 안전의 증거로 착각하게 만드는 '도박사의 오류'를, 100여 년 전 카지노에서 벌어진 일에서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무재해 기록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지는 분

  • "그동안 사고 없었으니 괜찮다"는 말이 어딘가 걸리셨던 분

  • 우리 현장의 무사고가 실력인지 운인지 구분해보고 싶으신 분


1913년, 몬테카를로의 룰렛


1913년 8월, 모나코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공이 검정에 떨어지고, 또 검정에 떨어지더니, 무려 26번을 내리 검정에 떨어진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 드리자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6,600/1 입니다.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에서 검정이 연속으로 나온 뒤 사람들이 빨강에 많은 칩을 거는 모습. 과거의 결과가 다음 결과의 확률을 바꾼다고 착각하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를 보여주며, 무사고 기록만으로 미래의 산업안전을 판단하는 오류를 상징한 이미지.

검정이 계속되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검정이 이렇게 많이 나왔으니, 이제는 빨강이 나올 차례지 않을까?’ 사람들은 빨강에 돈을 걸기 시작했고, 검정이 한 번 더 나올 때마다 더 큰 돈을 빨강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나 공은 스물여섯 번째까지 검정에 떨어졌고, 그날 밤 수백만 프랑이 그 룰렛 테이블에서 사라졌습니다.


바로 이 사건에서 '도박사의 오류'라는 이름이 나왔습니다.


카지노에서 빨강을 염원했던 사람들이 가졌던 믿음, 과거에 안 나왔으니 이제 나올 차례라는 생각은 정말 맞을까요?


룰렛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입니다. 룰렛은 자기가 방금 무엇을 내놓았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검은색과 빨간색도 구분하지 못하죠.


동전도 마찬가지인데요. 앞면이 다섯 번 연속으로 나왔어도, 여섯 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정확히 절반이 됩니다. 매번의 결과는 서로 아무 영향도 주고받지 않습니다.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머리는 자꾸 다르게 셈합니다. 검정이 오래 이어졌으니 이제 빨강이 나와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과거가 미래를 끌어당긴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그 균형은 수백만 번을 던졌을 때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바로 다음 한 번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 서로 독립적인 사건에서, 과거에 어떤 결과가 자주(또는 드물게) 나왔다는 이유로 미래에 그 결과가 덜(또는 더) 나올 것이라 믿는 착각. 1913년 몬테카를로 사건에서 이름을 따와 '몬테카를로의 오류'라고도 불립니다.

‘오래 사고가 없었으니 안전하다’는 착각


이 오류를 우리 현장으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카지노의 사람들은 ‘이렇게 여러차례 검정이 나왔으니 이제 빨강이 나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반면 현장에서는 ‘오래 사고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둘은 같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의 기록으로 미래의 확률을 점친다는 점, 그 포인트에서 말이죠.


현장의 무재해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놓이게 됩니다. 은근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드물게 일어나는 사고의 확률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무사고 100일이 101일째의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사고라는 기록을 우리 현장이 안전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룰렛 앞의 사람들과 같은 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사고 1,000일을 기록한 산업현장의 평온한 모습 아래에 끼임, 누출, 낙하물, 미끄러짐, 감전, 화재 등 여러 위험요인이 그대로 남아 있는 단면 이미지. 오랫동안 사고가 없었다는 무재해 기록이 실제 위험 감소나 미래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표현한다.

더 위험한 것은, 무재해 기록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릴 때입니다.


'무재해 1,000일'이라는 현수막이 정문에 걸리고 나면, 작은 사고 하나는 그 숫자를 깨뜨리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치고도 조용히 넘어가고, 아차사고는 보고되지 않은 채 묻혀 버립니다. 기록을 지켜내려는 마음이 위험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운인가, 실력인가


카지노의 룰렛은 순전히 운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검정이 몇 번 안 나왔든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요. 그러나 산업 현장은 룰렛과 다릅니다. 위험을 실제로 줄이면, 사고가 날 확률은 정말로 낮아집니다.


무사고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위험을 낮춰서 사고가 나지 않은 것, 다른 하나는 위험은 그대로인데, 운이 좋아 아직 사고가 나지 않은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은 둘 다 똑같이 '무사고'입니다. 도박사의 오류는 바로 이 둘을 헷갈려, 운이 좋았을 뿐인 것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데서 생깁니다.

겉으로는 모두 무사고를 기록한 두 산업현장을 비교한 모습. 한쪽은 위험요인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운 좋게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다른 쪽은 방호장치와 설비 개선 등 안전조치로 실제 위험을 낮춘 상태를 보여준다. 무사고라는 동일한 결과만으로 안전 수준을 판단하지 말고 실제 위험과 통제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의 이미지.

그렇다면 우리의 무사고가 어느 쪽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결과가 아니라 그 사이의 변화를 보면 됩니다. 무사고 기간 동안 위험성평가에서 실제로 우리 현장의 위험을 통제하는 일이 더해졌는지, 위험한 작업을 애초에 줄이거나 작업 방식을 더 안전하게 바꿨는지를 보는 것니다.


의미있는 또 하나의 단서는 아차사고 보고입니다.무사고인데 아차사고 보고까지 함께 줄었다면,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작은 신호들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위험이 정말로 줄어든 현장이라면, 사고가 없는 동안에도 위험을 찾아내고 손보는 움직임은 오히려 활발해야 합니다.


무사고가 진짜 개선의 결과일 때도 많습니다. 핵심은 무사고라는 결과만 보고 안심하지 말고, 그 뒤에 있는 실제 위험의 수준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무재해 기록은 실력인가, 운인가?


무사고 기간 동안 우리 현장의 위험이 실제로 줄어들었는지, 통제와 관리가 그만큼 나아졌는지를 확인해보십시오.


만약 위험은 그대로인데 사고만 없었던 것이라면, 그 무사고는 안심의 근거가 아니라 ‘아직 터지지 않았을 뿐일 수 있다’는 경계의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은, 자랑일 수도 있지만 운이 좋았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 둘을 구분하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무사고를 진짜 안전으로 바꾸는 길입니다.


세이프티온솔루션에서는 열다섯 번의 위험이 뭘까 시리즈에 걸쳐 위험이 무엇인지를 여러 각도에서 물어왔습니다. 위험은 어디에 있는지, 잴 수 있는지, 누구 눈에 보이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잘못 계산되는지를요.


그 모든 질문을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가 있다면, 그것은 다 안다고 믿는 순간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위험을 묻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조직이 던지는 그 질문을 함께 이어가고 싶으시다면, 세이프티온솔루션이 곁에서 거들겠습니다.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우리 현장의 무재해 기록은 위험을 실제로 줄인 결과인가요, 아니면 아직 사고가 나지 않은 것뿐일까요?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 "그동안 사고 없었으니 괜찮다"는 말이 우리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쓰이나요? 그 말 뒤에서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지는 않나요?

  • 무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더 안심하나요, 아니면 더 살피나요?

  • 우리는 무재해 일수라는 '결과'를 관리하나요, 아니면 그 뒤에 있는 실제 위험 수준을 관리하나요?

  • 만약 오늘 큰 사고가 난다면, 우리는 "예상 못 했다"고 말하게 될까요, 아니면 "올 것이 왔다"고 말하게 될까요?


〔참고문헌〕

  • Tversky, A., \& Kahneman, D. (1971). Belief in the law of small numbers. Psychological Bulletin, 76(2), 105–110.

  • Croson, R., \& Sundali, J. (2005). The gambler's fallacy and the hot hand: Empirical data from casinos. Journal of Risk and Uncertainty, 30(3), 195–209.

  • Tune, G. S. (1964). Response preferences: A review of some relevant literature. Psychological Bulletin, 61(4), 286–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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