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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동이란 무엇일까 시리즈 Ⅵ] 바쁘면 왜 절차를 건너뛸까

작성자 사진: 이세인
이세인
6시간 전
4분 분량

✒️ 사고 조사에서 절차를 건너뛴 사실이 드러나면, 조사는 대개 '누가 그 절차를 건너뛰었냐’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문제의 대상을 찾는 데서 끝납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좀 다릅니다. 그 사람은 왜 건너뛸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개인의 태도보다 빠듯한 일정을 문제로 보는 까닭입니다. 이번 글은 시간에 쫓길 때 사람의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왜 절차를 건너뛰었나" 다음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 고민인 안전관리자

  • 공정을 맞추라는 요구와 안전하게 하라는 요구 사이에 낀 관리감독자

  • 우리 조직이 현장에 무엇을 먼저 묻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은 경영진



"늦었다"는 말 한마디가 바꾼 행동


1973년, 프린스턴대학교의 심리학자 존 달리(John Darley)와 대니얼 뱃슨(Daniel Batson)은 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짧은 강연을 준비하게 하고, 다른 건물로 가서 발표하라고 안내했습니다. 절반에게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강연 주제로 주었습니다.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도운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신학생의 진로에 관한 주제를 받았습니다.


실험의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안내자가 어떤 학생에게는 "시간이 좀 남았다"고 말했고, 어떤 학생에게는 "이미 늦었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나갈 골목에 고개를 떨군 채 신음하는 사람을 앉혀 두었습니다.


시간이 남았다는 말을 들은 학생의 63%가 멈춰서 도왔습니다. 늦었다는 말을 들은 학생은 10%만 도왔습니다. 몇몇 학생은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하러 가는 길에, 쓰러진 사람을 말 그대로 넘어서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에서 만약 여러분이라면, 그 골목에서 멈췄을까요?



서두르면 눈앞의 일 말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눈여겨볼 결과는 강연 주제가 행동에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 '쓰러진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고 있던 학생들조차, 늦었다는 말을 듣자 그냥 지나쳤습니다. 신앙심이 깊은지를 재는 성격 검사도 누가 멈출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결과를 가른 것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얼마나 서두르고 있었는가였습니다.


신학교 학생이 발표 시간에 늦을까 서둘러 뛰어가며, 바로 옆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는 모습. 머릿속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징하는 모래시계만 떠 있고, 시야 바깥의 사람에게는 치료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표시가 나타나 있다. 시간 압박이 사람의 주의를 눈앞의 목표로 좁히는 인지 지도의 협소화와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표현한 이미지.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서두르는 사람은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그 밖의 상황을 판단할 여유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학생들은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차가워서가 아니라, 그 상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 인지 지도의 협소화(Narrowing of the Cognitive Map) : 달리와 뱃슨이 쓴 표현으로, 시간에 쫓기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눈앞의 목표로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성격보다 '얼마나 급한가'가 행동을 훨씬 강하게 결정했습니다.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감에 쫓기는 작업자는 남은 물량과 남은 시간으로 머릿속이 가득 찹니다. 그러면 발밑의 개구부나 옆 라인의 위험은 고려 대상에서 밀려납니다. 안전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입니다.



서두르는 분위기는 팀이 함께 만듭니다


시간 압박이 개인의 성격이나 기분 문제라면 대책은 개인 면담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1996년, 데이비드 호프먼(David Hofmann)과 애덤 스테처(Adam Stetzer)는 불안전행동과 사고의 원인을 개인 요인과 팀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Personnel Psychology』).


같은 팀 구성원들은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인식이 서로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개인 수준에서는 감당하기 벅찬 업무 부담이 불안전 행동과 연결되었습니다. 팀 수준에서는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약하고 팀 내 소통과 협력이 부족할수록 불안전 행동이 많았습니다.


정리해 보면, 절차를 건너뛰는 행동은 개인의 성향뿐만 아니라 그 팀이 일하는 방식에서도 나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느 팀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일정이 빠듯하면 절차부터 줄어듭니다


2003년,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린다 골든하(Linda Goldenhar) 연구진은 건설 근로자 408명을 조사해, 열두 가지 직무 스트레스 요인이 부상과 아차사고로 이어지는지 분석했습니다(『Work & Stress』).


열두 가지 가운데 열 가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부상이나 아차사고와 연결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과도한 업무량, 즉 주어진 시간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태였습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일이 넘치면, 무언가는 줄여야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절차를 하나 건너뛰는 일, 보호구를 가지러 가지 않는 일, 둘이 할 일을 혼자 해치우는 일입니다. 줄여도 당장 티가 나지 않는 것이 안전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산업현장에서 동일한 작업 절차를 두 가지 상황으로 비교한 이미지. 위쪽은 작업자가 점검, 장비 확인, 위험 확인 등 안전 절차를 차례대로 수행하는 모습이고, 아래쪽은 시간에 쫓긴 작업자가 여러 안전 단계를 뛰어넘어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시간 압박과 과도한 업무량이 절차 생략과 불안전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표현한다.

그래서 절차를 건너뛴 작업자만 찾는 사고 조사로는 부족합니다. 그 작업자에게 애초에 절차를 지킬 시간이 있었는지까지 물어야 원인에 닿을 수 있습니다.


서두르면 눈앞의 일 말고는 보이지 않고, 빠듯한 일정은 절차 생략으로 이어집니다. 절차를 건너뛴 사람을 찾는 것보다, 왜 건너뛸 수밖에 없었는지를 찾는 것이 다음 사고를 막습니다.



구호보다 평소의 질문이 더 크게 들립니다


조직이 자주 놓치는 점이 있습니다. 압박은 "빨리 하라"는 지시로만 전달되지 않습니다. 벽에 "안전 최우선"이 붙어 있어도, 아침 회의 첫 질문이 매번 "진도 얼마나 나갔나"라면 구성원은 무엇이 진짜 우선인지 알아차립니다.


사고 조사에서 한쪽은 작업자가 지키지 않은 절차만 확인하며 개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쪽은 일정, 인원, 작업량, 설비, 작업환경 등 사고 당시의 조건을 함께 분석하는 모습을 대비한 이미지. 절차를 건너뛴 사람만 찾기보다 시간 압박과 조직의 작업 조건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산업안전 사고조사 관점을 표현한다.

작업 지연을 보고했을 때의 반응, 안전 때문에 작업을 멈춘 사람에게 돌아오는 말, 월말 평가의 기준이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보냅니다. 사람은 구호보다 이런 평소의 반응을 보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시간 압박은 근로자 교육만으로 풀기 어렵습니다. 공사 기간을 어떻게 잡았는지, 일정이 밀렸을 때 무엇부터 조정하는지 같은 경영의 결정이 현장이 얼마나 서두르는지를 정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진도를 묻기 전에 "이번 주 가장 쫓긴 작업은 무엇이었습니까?" 라고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그 작업에서 어떤 절차가 실제로 줄어들었는지 함께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이 먼저인지 현장에 가장 분명하게 알려 주는 방법입니다.


혹시 시간 압박과 안전 사이에서 경영진이 보내는 메시지를 점검하고 싶으실까요? 세이프티온솔루션의 경영진 안전리더십 과정을 통해 함께 짚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우리 현장에서 지난달 가장 쫓겼던 작업은 무엇인가요? 그때 슬그머니 줄어든 절차는 무엇이었나요?

  • 아침 회의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을 듣는 현장은 무엇이 중요하다고 느낄까요?

  • 안전을 이유로 작업을 멈춘 사람이 있었다면, 그 뒤 우리 조직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 공사 기간이나 물량을 정할 때, 안전 절차에 드는 시간을 계산에 넣고 있나요?

  • 사고 조사에서 우리는 절차를 건너뛴 사람을 찾는 데서 멈추나요, 왜 건너뛸 수밖에 없었는지까지 확인하나요?


〔참고문헌〕

  • Darley, J. M., & Batson, C. D. (1973). “From Jerusalem to Jericho”: A study of situational and dispositional variables in helping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7(1), 100–108.

  • Goldenhar, L. M., Williams, L. J., & Swanson, N. G. (2003). Modelling relationships between job stressors and injury and near-miss outcomes for construction labourers. Work & Stress, 17(3), 218–240.

  • Hofmann, D. A., & Stetzer, A. (1996). A cross-level investigation of factors influencing unsafe behaviors and accidents. Personnel Psychology, 49(2), 30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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