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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동이란 무엇일까 시리즈 Ⅶ] 화가 난 날, 왜 위험이 작아 보일까

작성자 사진: 이세인
이세인
10분 전
4분 분량

✒️ 같은 작업을 하는데, 어떤 날은 안전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위험해 보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날의 감정입니다. 이번 글은 같은 부정적 감정이라도 분노와 두려움의 경우 위험에 대한 판단을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아침 조회에서 낯빛이 어두운 구성원을 보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관리감독자

  • 감정은 사적인 영역이라 안전관리 밖의 일로 여겨 온 안전관리자

  • 갈등이나 질책이 오간 날 유독 아슬아슬하거나 위험한 장면이 늘어난다고 느껴 온 현장의 리더들



2001년, 화난 사람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위험을 묻다


혹시 들어보셨을까요? 심리학에는 오래된 가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기분이 나쁘면 세상이 어둡게 보이고, 기분이 좋으면 밝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감정을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두 가지로 나누어 본 셈이죠.


2001년, 카네기멜런대학의 제니퍼 러너(Jennifer Lerner)와 UC버클리의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는 이 가정을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쁜 감정 가운데 분노와 두려움을 따로 떼어, 분노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 각각 위험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비교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평소 화를 잘 내는 사람과 두려움을 잘 느끼는 사람을 구분하기도 하고, 실험으로 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난 이후 여러 사건의 위험을 미리 생각해 보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둘 다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그렇다면 위험도 둘 다 크게 보였을까요?

산업현장에서 동일한 중량물 작업을 마주한 두 작업자가 서로 다른 감정 상태에 따라 위험을 다르게 판단하는 모습. 화가 난 작업자는 매달린 중량물의 위험을 확인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작업을 계속하는 반면, 두려움을 느낀 작업자는 같은 위험을 더 크게 인식해 작업 구역에서 빠르게 벗어난다. 분노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두려움은 위험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감정과 위험 인식의 차이를 표현한 이미지.

답은 정반대였습니다. 두려운 사람들은 위험을 크게 보고 피하는 선택을 했지만,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은 위험을 작게 보고 감수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두려운 사람들은 비관적인 위험 추정과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한 반면, 화가 난 사람들은 낙관적인 위험을 추정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했다." (Lerner & Keltner, 2001,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더 흥미로운 점도 있었는데요.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위험을 판단하는 방식은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기분 좋은 사람의 판단 방식과 더 비슷했습니다.



분노는 위험을 작게, 두려움은 위험을 크게 보이게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연구진은 감정마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다르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화가 났을 때 사람은 '무슨 일인지 분명하고,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이 느낌은 다음 판단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앞일은 확실해 보이고 위험은 감당할 만한 것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두려움은 되레 반대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느낌과 함께 오기 때문에, 같은 위험도 더 크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연구에서 이 '확실하다는 느낌'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빼자, 두 감정의 효과도 함께 줄었습니다. 다시 말해 감정이 위험 판단을 움직이는 통로가 바로 이 두 가지 느낌이었다는 뜻입니다.


💡 평가경향 이론(Appraisal-Tendency Framework) : 러너와 켈트너가 2000년에 제안한 이론으로, 감정마다 '얼마나 확실한가', '누가 통제하는가'에 대한 고유한 느낌이 함께 따라온다고 봅니다. 한 상황에서 생긴 감정은 이 느낌을 이후의 다른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하게 만듭니다. 분노는 확실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위험을 작게 보이게 하고, 두려움은 불확실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으로 위험을 크게 보이게 합니다.



아침의 분노는 오후의 작업까지 따라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이 효과는 감정을 일으킨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러너와 켈트너의 실험에서 감정은 위험을 판단할 대상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위험 판단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장으로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언쟁을 하고 나온 사람의 분노는 언쟁한 상대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남아, 그날 크레인과 사다리와 회전체를 대하는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출근 전 또는 작업 직전 누군가에게 질책을 받은 작업자가 분노를 그대로 안은 채 작업복을 입고 산업현장으로 들어가, 이후 기계 작업을 평소보다 거칠고 성급하게 수행하는 과정을 시간 순서로 표현한 이미지. 작업과 직접 관련 없는 감정이 이후의 위험 판단과 안전행동에 영향을 주는 부수적 감정(Incidental Emotion)을 보여준다.

💡 부수적 감정(Incidental Emotion) : 지금 내리는 판단과 상관없는 일에서 생긴 감정이 그 판단에 영향을 주는 현상입니다. 감정의 원인과 판단의 대상이 달라도 영향은 그대로 남습니다. 아침의 화가 오후의 작업 판단을 바꾸는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판단이 달라지면 실제 행동도 달라질까요?


도로 위에서 이를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콜로라도주립대학의 제리 데펜배커(Jerry Deffenbacher) 연구진은 2003년, 화를 잘 내는 운전자와 그렇지 않은 운전자를 비교했습니다(『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두 집단은 운전하는 횟수도, 주행 거리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화를 잘 내는 운전자들은 일상 운전에서 위험한 행동을 더 자주 했고, 사고가 날 뻔한 순간과 교통 위반도 더 많았습니다. 도로에 나가는 정도가 같았으니, 차이를 만든 것은 운전량이 아니라 화가 실린 판단과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화가 나면 절차가 과해 보입니다.


현장 상황에 한 번 빗대어 볼까요?


화가 난 채 공구를 잡은 사람에게 위험은 평소보다 작아 보입니다. 위험이 작아 보이면, 그 위험에 맞춰 만든 절차와 보호구는 과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안전대를 걸기 위해 이동하는 일도, 기계를 멈추고 점검하는 일도, 2인 1조 원칙도 그날따라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거죠.


결과만 보면 서두를 때 절차를 건너뛰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다릅니다. 시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위험 자체가 작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쪽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에 눌린 사람은 위험을 실제보다 크게 보고, 얼어붙거나 판단을 미루거나 필요한 순간에 나서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습니다. 감정이 크게 흔들린 상태는 술에 취했거나 극도로 피곤한 상태처럼, 지금 이 작업을 해도 되는지의 문제입니다. 그 사람의 인격이나 프로 정신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감정을 갖지 말라"는 주문은 사람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감정이 크게 흔들린 순간을 알아차리고 다루는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업 직전의 질책은 특히 피해야 합니다. 화가 잔뜩 난 사람을 바로 기계 앞에 세우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위험 판단을 바꿉니다. 화가 나면 같은 위험이 작아 보이고, 두려우면 커 보입니다. 구성원의 감정 상태는 사적인 일이 아니라 안전에 영향을 주는 조건이 되는 까닭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먼저 '격한 감정 뒤 10분'을 팀의 약속으로 정해 보십시오. 언쟁을 했든, 질책을 들었든, 크게 놀랐든, 감정이 크게 흔들린 직후라면 고위험 작업의 시작을 10분 늦추고, 그 사실을 동료나 반장에게 한마디로 알리는 것입니다.

작업 직전 질책으로 화가 난 근로자가 고위험 작업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동료의 제지와 함께 잠시 자리를 벗어나 감정을 가라앉힌 뒤 다시 작업에 복귀하는 과정. 격한 감정 상태에서 위험한 작업을 즉시 수행하지 않고 잠시 멈춰 판단을 회복하는 ‘감정 뒤 10분’ 안전관리 방법을 표현한 이미지.

10분은 흔들린 판단이 제자리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그리고 알리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지금 화가 나 있다"는 말이 나약함의 고백이 아니라 안전 정보의 공유가 될 수 있습니다.


혹시 구성원마다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으실까요? 세이프티온솔루션의 안전성향검사 SAFETYID를 통해 우리 조직의 반응 성향을 함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우리 현장에서 감정은 안전 회의의 의제가 된 적이 있나요, 사적인 일로만 다뤄져 왔나요?

  • 최근의 아차사고를 떠올려 보면, 그 직전에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나요?

  • 작업 직전에 이루어지는 질책이 우리 현장에 있지 않나요? 질책이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 하는 것이 안전할까요?

  • 화가 나 있다고 스스로 알아차린 구성원이 그 순간 할 수 있는 행동이 우리 팀에는 정해져 있나요?

  • 두려움 때문에 얼어붙거나 말하지 못하는 쪽의 위험은 우리 조직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요?


〔참고문헌〕

  • Deffenbacher, J. L., Deffenbacher, D. M., Lynch, R. S., & Richards, T. L. (2003). Anger, aggression, and risky behavior: A comparison of high and low anger drivers.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41(6), 701–718.

  • Lerner, J. S., & Keltner, D. (2000). Beyond valence: Toward a model of emotion-specific influences on judgement and choice. Cognition and Emotion, 14(4), 473–493.

  • Lerner, J. S., & Keltner, D. (2001). Fear, anger, and ris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1(1), 14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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