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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뭘까 시리즈 Ⅸ] 내가 하면 괜찮다는 가장 흔한 착각

  • 작성자 사진: sam400049
    sam400049
  • 5일 전
  • 3분 분량

✒️ "내가 잘 아는 기계니까", "내가 조심하면 되니까." 익숙하신가요? 우리는 자기가 다루는 일은 덜 위험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러한 통제감은 정말 위험을 낮춰 줄까요? 이 글은 내가 관여한다는 느낌이 실제 위험과 무관하게 위험을 작게 보이게 만드는 '통제 착각'을, 심리학 실험에서부터 풀어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숙련 작업자가 기본 안전수칙을 건너뛰는 까닭이 궁금하신 분

  • "내가 조심하면 된다"는 말 속에 숨은 함정을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

  • 익숙한 작업일수록 오히려 사고가 나는 이유가 궁금하셨던 분


1975년, 복권을 둘러싼 실험


1975년, 심리학자 엘런 랭어(Ellen Langer)가 한 사무실에서 복권을 판매했습니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표의 번호를 직접 고르게 했고 다른 한쪽은 그냥 나눠 주었습니다. 추첨을 앞두고 랭어는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그 표를 누군가에게 되판다면 얼마를 받으시겠어요?"


답이 갈렸습니다. 표를 직접 고른 사람들은 평균 8.67달러를 불렀습니다. 그냥 받은 사람들은 평균 1.96달러였습니다. 거의 네 배 차이입니다. 당첨은 순전히 무작위였고, 어느 표든 당첨 확률은 똑같았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직접 고른 사람들에게 "당첨 확률이 더 높은 다른 복권으로 바꿔주겠다"고 제안하자, 상당수가 자기 표를 그대로 쥐고 놓지 않았습니다.


자, 내가 골랐다는 사실은 왜 당첨 확률을 바꾼 것처럼 느껴질까요?


통제 착각,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만드는 함정
통제 착각,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만드는 함정

사람은, 내가 관여하면 통제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랭어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바로 통제 착각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면, 순전히 우연에 달린 결과조차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데도요.


이러한 착각은 곳곳에 있습니다. 주사위를 던질 때, 높은 숫자가 필요하면 더 세게 던지고 낮은 숫자가 필요하면 살살 던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던지는 세기가 숫자를 정하지 못하는데도요.


💡통제 착각(Illusion of Control) : 결과가 실제로는 우연이나 외부 요인에 달려 있는데도, 자기가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과대평가하는 경향. 랭어는 1975년 연구에서 이를 '기술과 우연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선택하거나, 익숙하거나, 몸으로 직접 다루는 상황일수록 이 느낌이 강해집니다.

현장으로 가 볼까요?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작동하는 세계


오래 다뤄 익숙한 기계 앞에서, 숙련 작업자는 보호장치 없이 맨손으로 손을 댑니다. 내가 이 기계를 잘 아니까 괜찮다는 것입니다. 운전대를 직접 잡으면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보다 마음이 놓입니다. 내가 모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죠. 모두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위험을 작게 보이게 만든 경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바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실제 위험을 낮춰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계를 잘 안다는 느낌이 회전체의 힘을 줄여주지 않고,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이 빙판길의 마찰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은 안전장치를 건너뛰게 만듭니다.


앞선 IV편과 헷갈리지 않도록 한 가지를 짚겠습니다. IV편에서 우리는 안전장치를 더하면 사람이 더 과감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추락방지대나 브레이크처럼 실제로 위험을 낮춰주는 장치가 있었고, 그만큼 행동이 풀렸습니다. 헌데 지금 이야기는 다릅니다. 통제감은 위험을 실제로 낮추지 않는데도 위험을 낮게 보게 만듭니다. 장치가 아니라 느낌이 방심을 만드는 것입니다.



익숙할수록 이 착각은 더 커집니다


통제 착각은 익숙함을 먹고 자랍니다. 어떤 일을 오래 해서 손에 익을수록, 내가 그 일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도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착각은 일을 막 배운 사람보다 오래 해 온 숙련자에게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익숙한 작업에서 사고가 더 난다는 현장의 오랜 말이,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물론 이 착각이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강해지는지는 아직 연구마다 결론이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손에 익은 일을 다룰 때 마음이 느슨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일입니다. 이 글은 숙련자를 탓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 쌓인 경험은 귀하고, 숙련자의 판단은 대개 정확합니다. 다만 내가 잘 아니까 괜찮다는 느낌이 실제 실력보다 한 발 앞서 나갈 때, 바로 그때가 위험합니다.



우리 현장의 통제 착각, 어디서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익숙한 작업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5분짜리 질문 하나를 던져 보시기를 권합니다.


'나는 지금 이 작업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나? 그 느낌은 무엇에 근거하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과, 실제로 통제되고 있는 상태는 반드시 다릅니다. 그 둘을 떼어놓고 보는 것이 통제 착각에서 벗어나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시작입니다. 특히 '익숙해서 괜찮다'며 안전장치나 절차를 건너뛰려는 순간을 눈여겨보십시오. 안전장치는 위험이 클 때가 아니라, 통제감이 가장 높을 때 가장 자주 생략됩니다.


내가 하면 괜찮다는 느낌은, 그 일을 잘 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자주 우리를 방심하게 만드는 신호입니다. 그 느낌이 들 때 한 번 더 멈춰 서는 것, 그것이 숙련을 위험으로 바꾸지 않는 길입니다.


숙련자가 많은 현장일수록 이런 점검이 필요하시다면, 세이프티온솔루션이 숙련 작업자를 위한 안전 점검과 교육을 함께 설계해 드릴 수 있습니다.


[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 우리 현장에서 "내가 잘 아니까 괜찮다"며 안전장치나 절차를 건너뛰는 작업이 있나요? 그 작업은 주로 누가 하나요?

  • 익숙한 작업과 낯선 작업 중, 우리 현장의 사고는 어느 쪽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나요?

  • 숙련자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실제 통제력에 근거한 것인가요, 아니면 익숙함이 주는 느낌인가요?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 우리는 숙련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그 판단이 과신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나요?

  • 안전장치를 건너뛰고 싶어지는 순간은 보통 어떤 때인가요? 위험이 작아서인가요, 익숙해서인가요?


[ 참고문헌 ]

  • Langer, E. J. (1975). The illusion of contro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2(2), 311–328.

  • Langer, E. J., & Roth, J. (1975). Heads I win, tails it's chance: The illusion of control as a function of the sequence of outcomes in a purely chance tas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2(6), 951–955.

  • Thompson, S. C. (1999). Illusions of control: How we overestimate our personal influen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8(6), 18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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