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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뭘까 시리즈 Ⅹ] 우리가 막은 위험은 정말 사라졌을까요?

  • 작성자 사진: 이세인
    이세인
  • 8월 7일
  • 5분 분량

✒️ 위험을 통제했다는 것은, 그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일까요? 어떤 위험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릅니다. 이 글은 통제가 위험을 없애기도 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새로 만들기도 한다는 '풍선효과'를, 9·11 이후 도로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살펴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새 안전 대책을 세울 때 그 파장까지 함께 고민하고 싶으신 분

  • 한 위험을 막았더니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경험이 있으신 분

  • 통제가 위험을 정말 없애는 것인지 한 번쯤 의심해보신 분


9·11 이후, 도로에서 벌어진 일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네 대의 비행기가 납치되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미국인들은 비행기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비행을 줄이고, 대신 자동차로 먼 길을 운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동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한 위험을 피하는 과정에서 더 큰 위험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Gerd Gigerenzer)는 그 뒤에 일어난 일을 추적했습니다. 비행이 줄어든 만큼 도로 교통량이 늘었고, 도로는 하늘보다 위험했습니다. 그의 추정에 따르면, 테러 이후 1년 동안 도로에서 추가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그날 납치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사망자보다 여러 배 많았습니다. 더 무서운 위험을 피하려던 선택이, 덜 무섭지만 더 흔한 위험 쪽으로 사람들을 밀어넣은 것입니다.


이 수치는 추정이고, 다시 분석한 연구마다 크기는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합니다. 한 위험을 피한 자리에서, 다른 위험이 솟아올랐습니다. 자, 위험은 정말 통제하면 사라질까요?


없애도 사라지지 않는 위험


위험은 통제한다고 해서 늘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풍선을 떠올려 보십시오. 한쪽을 누르면 공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이 부풀어 오릅니다. 한 곳에서 위험을 통제하면, 그 위험이 깨끗이 사라지는 대신 형태와 장소를 바꿔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입니다.

💡 위험 전위(풍선효과) : 한 위험을 통제하거나 제거했을 때, 그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나 다른 장소의 위험으로 옮겨가 나타나는 현상. 통제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생깁니다.
손가락으로 풍선 한쪽을 누르자 반대편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 위험을 한곳에서 통제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 풍선효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앞선 VI편에서 다룬 위험의 외주화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주화는 똑같은 위험이 더 약한 사람에게 그대로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위험의 모양은 그대로고, 떠안는 사람만 바뀌었습니다. 풍선효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 위험을 누르면, 같은 위험이 옮겨가기보다 종종 다른 위험이 다른 곳에서 새로 솟아납니다. 비행의 위험을 피했더니 운전의 위험이 커진 것처럼 말입니다.


위험을 없애려다 만든 새로운 위험


현장에서도 위험을 없애려는 손길이 종종 새로운 위험을 불러옵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어떤 작업을 금지하면, 그 일을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회하는 방법이 생겨납니다. 금지가 위험을 없앤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 넣은 것입니다.


야간작업의 위험을 줄이려고 작업을 낮으로 몰면, 이번에는 주간의 작업 강도와 속도가 올라갑니다.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니, 서두름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생겨납니다.


위험한 화학물질 하나를 금지하면, 그 자리를 대체물질이 채웁니다. 그런데 새 물질의 위험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한 위험을 몰아낸 자리에, 낯선 위험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자동화 설비가 평소 작업의 위험을 줄이지만, 고장과 정비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는 흐름을 단계별로 표현한 개념 이미지.

설비를 자동화해 상시 작업의 위험을 없애면, 위험은 정비와 고장 대응 쪽으로 옮겨갑니다. 평소에는 컨베이어가 알아서 돌아가니 사람이 그 안에 손을 넣을 일이 없습니다. 위험이 사라진 듯 보입니다. 그런데 설비가 멈추거나 끼임이 생기면, 누군가는 그 안으로 들어가 직접 손을 대야 합니다. 자동화는 매일의 위험을 없앤 대신, 가끔 찾아오지만 훨씬 치명적인 위험을 정비공의 몫으로 남겨둔 것입니다. 평소에 위험이 보이지 않던 만큼, 그 가끔의 순간에 대한 대비도 허술해지기 쉽습니다.


통제는 위험을 없애기도 하지만, 누른 자리 옆을 부풀게도 합니다.


옮겨간 위험이 더 위험한 까닭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봅시다. 위험이 그저 자리를 옮기기만 한다면, 손해도 이익도 없는 제자리걸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풍선효과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옮겨간 위험이 종종 원래 위험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9·11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비행은 세상에서 가장 촘촘하게 관리되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비 점검, 관제, 자격을 갖춘 조종사, 끝없는 규정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반면 운전은 수많은 개인에게 흩어져 있고, 그 안전은 각자의 손에 맡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촘촘히 관리되던 위험에서, 느슨하게 흩어진 위험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더 안전한 곳에서 더 위험한 곳으로 말입니다.


현장에서도 똑같습니다. 원래의 위험은 이미 알려져 있어 평가표에 올라 있고, 절차와 보호구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제가 만들어낸 새 위험은 아직 아무도 위험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평가표에 없고, 절차도 없고, 누구도 지켜보지 않습니다. 위험이 가장 위험한 때는, 그것이 클 때가 아니라 아무도 그것을 보고 있지 않을 때입니다. 풍선효과로 솟아난 위험이 바로 그런 위험입니다. 관리되던 자리에서 빠져나와, 관리 밖으로 숨어든 위험인 것입니다.


위험 하나에 집중하다 놓친 것


풍선효과를 자꾸 놓치는 이유는 시야가 좁기 때문입니다. 한 위험만 따로 떼어놓고 통제하면, 그 통제가 시스템 전체에 일으키는 파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통제는 진공 속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작업하는 방식을 바꾸고, 자원이 흘러가는 길을 바꾸고, 사람들의 행동을 바꿉니다. 그리고 그 변화 하나하나가 새로운 위험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두렵게 느끼는 위험은 실제보다 크게 본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 두려운 위험을 피해 도망친 자리에 오히려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풍선이 덜 부푸는 통제, 더 부푸는 통제


그렇다면 모든 통제가 똑같이 풍선을 부풀릴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위험한 물질을 덜 위험한 것으로 바꾸거나, 위험한 공정 자체를 설계 단계에서 없애는 통제는 위험을 진짜로 줄입니다. 위험의 뿌리를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반면 "하지 마라", "조심하라", "규정을 지켜라"에 기대는 통제는 위험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사람의 행동만 막습니다. 그러면 위험은 사라지는 대신, 막힌 물줄기처럼 다른 길을 찾아 흐릅니다. 금지된 작업은 우회로를 만들고, 빡빡해진 규정은 몰래 건너뛰는 요령을 만듭니다.


거칠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위험 자체를 없애는 통제일수록 풍선은 덜 부풀고, 사람의 행동만 누르는 통제일수록 풍선은 더 크게 부풉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금지한다"는 대책을 세웠다면, 그것이 위험을 정말 없앤 것인지 아니면 그저 사람들을 다른 길로 떠민 것인지 한 번 더 따져봐야 합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통제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위험한 작업을 금지하고, 위험한 물질을 대체하고, 설비를 자동화하는 일은 모두 필요합니다. 다만 통제 버튼을 누를 때, 그 옆이 부풀어 오르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새로운 안전 대책을 세울 때 질문 하나만 더 던져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걸 막으면, 사람들은 대신 무엇을 하게 될까? 어디가 부풀어 오를까?"


대책을 세우는 자리에서 이 질문을 함께 던지면, 미처 보지 못한 파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물으면 좋습니다. "지금 세우는 이 대책은 위험을 정말 없애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의 행동만 막는 것인가?" 행동만 막는 대책이라면 풍선은 더 크게 부풀 테니, 새로 솟아날 위험까지 미리 헤아려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책을 시행한 뒤에도 끝이 아닙니다. 그 통제가 작업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사람들이 어떤 새로운 방법을 쓰기 시작했는지 한동안 지켜보십시오. 부풀어 오른 자리는 대개 통제를 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새 위험을 빨리 평가표 위로 올려놓는 것,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는 위험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위험은 통제했다고 해서 늘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위험은 누른 자리 옆에서 조용히 다시 부풀어 오릅니다. 그 부푸는 자리를 함께 보는 것이, 통제를 진짜 안전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위험을 보는 우리 조직의 눈을 더 예리하게 만들고 위험을 보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면, 세이프티온솔루션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그 힌트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 우리가 최근에 도입한 안전 대책 중, 한쪽을 막은 뒤 다른 쪽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경우가 있나요?

  • 우리의 안전 대책은 위험 자체를 없애는 쪽인가요, 아니면 "하지 마라"처럼 사람의 행동을 막는 쪽인가요? 어느 쪽이 더 많나요?

  • 어떤 작업을 금지했을 때, 구성원들이 그 일을 대신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본 적이 있나요?

  • 통제 대책으로 새로 생긴 위험이, 원래 위험보다 관리가 더 허술한 채로 남아 있지는 않나요?

  • 자동화나 설비 개선으로 평소의 위험을 없앤 뒤, 정비와 고장 대응의 위험은 함께 줄었나요, 아니면 오히려 커졌나요?

  • 위험한 물질이나 공정을 대체했을 때, 새로 들어온 것의 위험은 충분히 검토했나요?


[참고문헌]

  • Gigerenzer, G. (2004). Dread risk, September 11, and fatal traffic accidents. Psychological Science, 15(4), 286–287.

  • Gigerenzer, G. (2006). Out of the frying pan into the fire: Behavioral reactions to terrorist attacks. Risk Analysis, 26(2), 347–351.

  • Blalock, G., Kadiyali, V., \& Simon, D. H. (2009). Driving fatalities after 9/11: A hidden cost of terrorism. Applied Economics, 41(14), 1717–1729.

  • Sivak, M., \& Flannagan, M. J. (2004). Consequences for road traffic fatalities of the reduction in flying following September 11, 2001. Transportation Research Part F, 7(4–5), 30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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