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 Safety Voice 논문으로 본 리더의 역할
- sam400049

- 4월 6일
- 6분 분량
✒️ 이 글은 작업중지권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도 위험을 말할 수 있는 현장 문화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Safety Voice 논문을 통해 살펴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구성원들이 현장에서 위험을 봐도 왜 쉽게 말하지 못하는지 고민하는 분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분
위험요인을 미리 발견하고 예방하는 현장을 만들고 싶은 분
리더가 모든 위험을 다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종종 리더가 위험을 먼저 알아차리고, 먼저 지시하고, 먼저 멈춰 세워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리더도 결국 사람입니다. 모든 작업을 동시에 볼 수 없고, 모든 순간을 직접 경험할 수도 없습니다.
각자의 경험이 다르고, 맡아온 역할이 다르고, 익숙한 작업과 낯선 작업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오랫동안 같은 작업을 해온 사람은 미세한 이상 신호를 더 빨리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익숙해서 위험을 당연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완벽하게 위험을 보느냐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봤을 때 그것을 말할 수 있느냐입니다. 작업중지권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은 작업중지권 사용을 포함해, 안전을 위해 말하는 행동을 “safety voice”라는 개념으로 다룬 논문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이 논문은 safety voice 연구 48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면서, 안전을 위해 말하는 행동의 의미와 그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이야기합니다.
Noort, M. C., Reader, T. W., & Gillespie, A. (2019) 사고 예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 safety voice 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Speaking up to prevent harm: A systematic review of the safety voice literature
Safety Voice로 보는 작업중지권
Safety voice는 한마디로 말하면 사고와 신체적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을 알리고, 문제를 제기하고, 우려를 말하는 행동입니다. 단순히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이상 신호를 그냥 넘기지 않고 밖으로 꺼내는 행동을 말합니다.
💡Safety Voice : 사고와 신체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자가 위험이나 안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제기하는 행동 (Bienefeld & Grote)
Safety voice에 비추어 보면 작업중지권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사고 이후의 수습보다, 위험요인을 미리 찾고 개선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중요성이 더 크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와 안전보건공단도 구성원이 함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예방 중심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반복해서 강조해 왔고,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급박한 위험시 작업중지와 대피, 불이익 금지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작업중지권이 중요하다는 말은, 위험을 먼저 말할 수 있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Noort, Reader & Gillespie의 논문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작업중지권의 앞단에 있는 ‘말하기’의 문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안전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안전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종종 “왜 위험한 걸 보고도 말을 안 했을까?”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쉽게 “관심이 없어서”, “책임감이 부족해서”, “소극적이라서” 같은 답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Noort와 동료들의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이 논문은 safety voice가 개인의 성격 하나로 설명되는 행동이 아니라고 정리합니다. 위험이 얼마나 분명한지,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지, 조직이 평소 안전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같은 요소들이 함께 작동합니다. 저자들은 그래서 safety voice를 개인만의 행동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얽힌 생태학적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Safety Voice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 위험이 얼마나 분명한지 ✔️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지 ✔️ 조직이 평소 안전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사람들은 위험을 못 봐서만 침묵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위험을 봤지만, 말했을 때 돌아올 반응이 더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침묵합니다. “괜히 일을 키우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또 예민하다고 하면 어쩌지”, “공정 지연 책임이 나한테 오는 것 아닐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들면, 입을 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현장을 만들려면 위험 인지 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위험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위험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을 작업중지권과 연결하면 핵심은 더 분명해집니다. 작업중지권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그 전에 이미 현장 안에 있는 작은 위험 신호들을 꺼내 말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가 정착해 있어야 합니다.
“바닥이 평소보다 미끄럽습니다.”
“설비 소리가 조금 이상합니다.”
“지금 동선이 겹쳐서 부딪히기 쉬워 보입니다.”
“이 상태로 속도를 내다 보면 사고 날 것 같습니다.”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어야, 마지막에 “잠깐 멈추고 확인해야 합니다”라는 말도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위험도 말하기 어려운 현장이라면, 작업중지권은 서류 속 문장으로만 남기 쉽습니다. 그러니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것은 단지 “중지권을 보장한다”고 선언하는 문제가 아니라, 위험을 말하는 문화부터 살리는 일이어야 합니다.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사용되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리더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리더도 모든 위험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바로 거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모든 위험을 리더 한 사람이 먼저 발견하는 방식으로는 안전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결국 현장에서 위험을 먼저 본 사람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리더는 그 말이 나오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1. “내가 다 볼게”가 아닌 “누구나 말할 수 있어”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좋은 리더는 모든 위험을 혼자 찾아내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의 여러 눈과 귀가 살아 있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작업자, 관리감독자, 협력업체, 신입, 숙련자 모두가 각자 다른 위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이 리더 한 사람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게 됩니다.
2. 위험을 말한 사람보다, 말하게 한 위험을 먼저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 누군가 위험을 제기했을 때 가장 먼저 나와야 할 반응은 “왜 이제 말했어?”나 “그 정도로 멈춰?”가 아니라, “무엇이 위험했어?”여야 합니다. 말한 사람의 태도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침묵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위험 자체를 중심에 놓고 대화하면, 현장은 점점 더 많이 말하게 됩니다.
3. 작은 말하기를 일상화해야 합니다
작업중지권은 보통 큰 결단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그 직전 단계의 작은 발언들을 일상화하는 것입니다. “이상합니다”, “한 번만 더 확인하겠습니다”, “지금은 위험해 보입니다” 같은 말을 자주 허용하고, 그런 말이 나왔을 때 멈춰서 듣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작은 말하기가 살아 있어야 큰 중지도 살아납니다.
4. 말한 뒤 불이익이 없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큰 장벽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는 위험 제기가 생산 방해가 아니라 사고 예방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단지 교육 자료에 적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상황에서 위험을 제기한 사람을 보호하고, 그 판단을 존중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은 “말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갖습니다.
5. 멈춘 뒤 어떻게 할지도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작업중지권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멈춘 다음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확인할지, 무엇이 해결되면 재개할지, 누구와 공유할지 절차가 없으면 사람들은 멈추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리더는 “멈출 수 있다”만 말할 것이 아니라, “멈춘 뒤에는 이렇게 처리된다”는 흐름까지 분명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위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현장 만들기
Noort와 동료들의 논문은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줍니다. 사고를 막으려면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Safety voice의 개념을 작업중지권에 적용해 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권한으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위험에 관해 ‘말’할 수 있는지가 됩니다.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게 하고 싶다면, 현장은 “리더가 다 안다”는 기대보다 “위험을 본 사람이 누구든 말할 수 있다”는 원칙 위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는 작은 이상 신호를 듣고, 위험 제기에 불이익이 없다는 믿음을 주며, 필요할 때는 정말 멈출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그럴 때 구성원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만약 평소 안전 이야기가 지적이나 점검처럼 받아들여졌던 팀이라면, 갑자기 안전에 대해 솔직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처음부터 깊은 토론을 하기보다, 질문이 적힌 대화카드 같은 가벼운 도구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 조금 불안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작업에서 멈추고 확인해야 할 신호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이 있으면 말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필요하다면 짧은 팀 단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 사람마다 다르게 본 위험을 부담 없이 꺼내고 서로 들어보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위험에 대해 말하는 경험을 팀 안에 한 번이라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SAFER Coach 세인이와 함께 생각해 보기]
우리 현장에서는 위험을 본 사람이 바로 말하기 쉬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나요?
작업자가 위험을 이야기했을 때, 우리는 사람보다 위험 자체에 먼저 집중하고 있나요?
현장 구성원들은 작업중지권을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느끼고 있나요?
작은 이상 신호나 불안 요소를 일상적으로 꺼내 말할 기회가 팀 안에 있나요?
누군가 위험을 제기했을 때 불이익이나 눈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인가요?
리더는 모든 위험을 다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는 위험을 서로 공유하고 듣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나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익숙함이 위험 신호를 무디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작업을 멈춘 뒤 누가 확인하고, 어떻게 조치하고, 언제 다시 시작할지가 분명히 정리되어 있나요?
우리 팀은 안전을 위해 말하는 행동을 예민함이 아니라 꼭 필요한 책임으로 보고 있나요?
[참고문헌]
김강초롱·문광수·오세진·임성준 (2024), 위험지각이 건설적 발언 행동에 미치는 영향: 정서적 위험지각의 매개효과와 안전 리더십의 조절된 매개효과, 경영학연구, 53(1), 137-162.
심우섭·김상범 (2023),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업주에 의한 작업중지권 현장 실태조사, 한국재난정보학회 논문집, 19(4), 806-814.
Adra, I., Giga, S., Hardy, C., & Leka, S. (2024). What is safety leadership? A systematic review of definitions. Journal of Safety Research, 90, 181–191.
Bahadurzada, H., et al. (2024). Speaking Up and Taking Action: Psychological Safety and Joint Problem-Solving Orientation in Safety Improvement. Healthcare, 12(8), 812.
Bazzoli, A., et al. (2025). A Multidimensional Conceptualization of Employee Safety Voice. Safety, 11(4), 110.
Curcuruto, M. (2023). Upward safety communication in the workplace: How team leaders stimulate employees’ voice through empowering and monitoring supervision. Safety Science.
Fruhen, L. S., et al. (2022). Leaders as motivators and meaning makers: How perceived leader behaviors and leader safety commitment attributions shape employees’ safety behaviors. Safety Science.
Jiang, Z., et al. (2024). Safety leadership: A bibliometric literature review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s. Industrial Marketing Management.
Noort, M. C., Reader, T. W., & Gillespie, A. (2019). Speaking up to prevent harm: A systematic review of the safety voice literature. Safety Science, 117, 375-387.
Sun, Y., Yang, H., Wu, X., Jiang, Y., & Qian, C. (2022). How Safety Climate Impacts Safety Voice—Investigating the Mediating Role of Psychological Safety from a Social Cognitive Perspective.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9(19), 11867.






댓글